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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Pinocchio) 있는 모습 그대로 괜찮아

by 회색냥 2023. 5. 7.

피노키오 포스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스톱 모션

이 영화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아동문학 작가인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를 재해석하여 만든 작품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대표작으로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 같은 독특한 장르부터 <가디언즈>, <장화 신은 고양이>같은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하다. 이번 영화는 넷플릭스와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으며 스톱 모션 기법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스톱 모션이란 영상을 연속으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한 프레임씩 움직임을 다르게 촬영해 연속으로 재생시켜 연속된 동작으로 보이도록 하는 방법이다.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기예르모 감독은 영상 제작 과정이 드러나는 스톱 모션 영상의 불완전함이 아름답다고 느꼈고 이것을 관객들도 느꼈으면 해서 이 방식을 채택했다고 한다. 제작에만 15년이 걸렸지만 말이다.

 

엄청난 성우진

제작방법도 제작방법이지만 성우진도 눈여겨볼 정도로 화려하다. 제페토 역에는 <해리 포터>시리즈의 아더스 필치 역을 맡았던 데이비드 브래들리가, 크리켓은 <아일랜드>의 이완 맥그리거가 목소리를 맡았다. 이외에도 틸다 스위튼, 케이트 블란쳇, 핀 울프 하드와 같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피노키오 역을 맡은 그레고리 만은 아직 어려서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은 없지만 목소리가 너무나 맑아 순수한 피노키오와 아주 잘 어울린다. 케이트 블란쳇의 캐스팅 비화가 있는데 기예르모 감독이 바로 전에 만들었던 <나이트메어 엘리>에서 같이 작업을 하면서 케이트 블란쳇이 먼저 피노키오에 출연시켜 달라 했고 남는 배역이 원숭이밖에 없었으나 흔쾌히 하겠다고 해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기예르모 버전의 피노키오 후기

우리가 <피노키오>하면 떠올리는 디즈니의 버전이 어린이를 위한 것이었다면 기예르모의 피노키오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강하다. 영화를 조금만 봐도 알겠지만 우선 캐릭터 디자인이 친근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사실적이면서도 기괴하다. 최고의 능력자들만 모아 작업했다는데 이들이 인형을 만들면서 점점 델 토로의 느낌이 나게 만들게 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곤충을 싫어하는데 크리켓이 너무 사실적으로 나와서 좀 징그러웠다. 이야기의 배경도 상당히 암울하다. 원작은 시대 배경을 명확히 설정하지 않은 반면 이 영화에서는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제페토의 아들 카를로는 무자비한 공습에 사망하고, 어린아이들을 군인으로 교육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어두운 모습들이 자주 보인다. 게다가 캐릭터들도 입체적으로 표현되었다. 예를 들자면 제페토가 술에 취한 상태로 홧김에 피노키오를 만든다거나 진짜 5살짜리 아이처럼 원하는 걸 들어줄 때까지 고집부리는 피노키오의 모습이라던가, 동화적인 면모를 벗어던지고 현실에서 느낄만한 감정과 모습들을 보여줘서 어른들에게 더 와닿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피노키오와 다른 부분이 곳곳에 많지만 그중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장면은 영생을 살 수 있었던 피노키오가 반복된 죽음을 통해 유한한 삶의 의미를 찾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피노키오가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인형의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삶을 보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어느 누구도 아닌 피노키오의 본 모습 그대로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원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이었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모르고 있던 것을 다시 말해주는 것. 기예르모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것이라 한다. 원작과는 또 다른 모습의 피노키오를 보면서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한번 느껴보시길 추천드린다. 다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전체관람가라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감독 스스로 <판의 미로>, <악마의 등뼈>, <피노키오>를 같은 선상에 둘 정도라 했으니 결코 평범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을 담은 36분가량의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손끝으로 빚어낸 시네마>도 볼 수 있으니 영화를 다 보고 메이킹까지 챙겨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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