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2021년에 개봉한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디즈니 영화는 꼭 챙겨보는 편인데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니 너무 어린이를 겨냥한 것 같아 보여 패스했던 작품이다. 디즈니 플러스에도 이 작품이 공개됬고 킬링타임용으로 보기 시작했지만 이게 웬걸 디즈니의 숨은 명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다들 같은 생각이었는지 실제로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극장가에서는 큰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된 후에는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됬다.
줄거리
먼 옛날 침략자들을 피해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했던 할머니와 마을 사람들은 위험을 피할 수 없었다. 그때 밝혔던 촛불이 꺼지지 않는 마법의 불길이 되어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냈고 까시타라고 불리는 집에 터전을 꾸리게 된 것이다. 까시타는 마드리갈 가문에 집안 대대로 각기 다른 능력을 부여했고 꽃을 피우는 능력, 날씨를 조절하는 능력 등 각자의 능력으로 마을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간다. 할머니는 주인공 미라벨에게 능력의 기원을 이야기해 주며 너도 어서 능력을 받아 가족을 자랑스럽게 해달라고 한다. 마침내 미라벨의 차례가 왔지만 능력을 받지 못하고 집안에서 유일하게 능력이 없는 사람이 된다.
시간은 흘러 사촌 동생 안토니오의 의식 날이 되고, 미라벨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가족들을 도우려 하지만 할머니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맡기고 가만히 있는 게 돕는 거라고 한다. 이번에도 의식이 잘못되면 모두에게 괴로울 거라는 할머니의 말에 미라벨은 조용히 방으로 들어간다. 의식이 시작되고 혼자 문으로 걸어가기 겁이 났던 안토니오는 가장 의지하는 미라벨에게 손을 뻗었고 미라벨은 그런 사촌 동생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간다. 이 모습을 본 가족들의 표정이 싹 바뀌는데 이 가문이 얼마나 능력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안토니오는 무사히 능력을 부여받고 할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런 가족들 사이에서 미라벨은 외로움을 느끼지만 꾹 참는다. 어느 날 미라벨은 집에 금이 가고 있다는 할머니의 혼잣말을 듣게 되고 집을 살리고자 행동에 나선다. 사촌 언니로부터 힌트를 얻은 미라벨은 삼촌의 방으로 향하고 그 안에서 빛나고 있는 깨진 조각들을 발견한다. 깨진 조각들을 맞춰보니 무너지는 집 앞에 서 있는 미라벨의 모습이다. 사실 브루노 삼촌은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었는데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안 좋은 예언이었고 항상 적중한다는 사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물론 가족들까지 그를 멀리했다. 어느 날 자기 조카인 미라벨이 무너져가는 집 앞에 서 있는 예언을 보게 된다. 이를 가족들에게 알리면 가족들이 어린 미라벨을 어떻게 대할지는 뻔히 보이는 상황이었기에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브루노는 언급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빛나는 조각들을 물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쥐를 수상하게 여긴 미라벨은 그 뒤를 따라가게 되고 브루노 삼촌을 발견한다. 자기 능력이 도움이 안 돼 떠나려 했지만 가족을 너무 사랑했던 브루노는 집안의 숨겨진 공간에서 생활해왔던 것이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미라벨은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브루노에게 한 번 더 미래를 예측해보라 권유한다. 무너질 듯 불안정한 집이 보였으나 마법의 근원지인 촛불 앞에서 사촌 언니인 이사벨라와 미라벨이 껴안자 집이 안정된다. 이를 실현하고자 이사벨라와 대화를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이사벨라는 완벽해야만 했던 자기 삶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다 새로운 능력을 발견한다. 이를 본 할머니는 이사벨라가 통제 불능이 되었다고 하며 집에 금이 간 것도 브루노가 떠난 것도 모두 미라벨 탓을 하며 가족들을 그만 괴롭히라 한다. 이에 미라벨은 억눌러왔던 감정을 모두 토해낸다. 그 순간 집은 무너지기 시작하고 마법의 촛불도 꺼지고 만다. 가족들의 모든 능력이 사라지자 죄책감을 느낀 미라벨은 호수로 숨어버린다. 그런 미라벨을 찾아온 할머니는 자신이 왜 그토록 마법을 지키려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가족들에게 상처를 줬는지 인정하며 사과한다. 서로를 용서하고 까시타의 마법 능력은 돌아오며 영화는 끝이 난다.
총평
스토리는 괜찮은 편이나 디즈니에서 이런 전개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화제가 되었을까. 그 이유는 OST에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대히트를 친 뮤지컬 <해밀턴>의 주인공이자 작사가 린 마뉴엘 미란다가 OST 제작에 참여했다. 라틴 팝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OST는 영화와 찰떡같이 잘 어울렸고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다. 알라딘의 유명한 OST <A Whole New World>이후 29년 만에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참고로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겨울 왕국의 <Let it go> 최고 성적은 빌보드 차트 5위였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미라벨을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에 답답함과 분노를 느낄 수 있지만 OST가 정말 훌륭하니 더 이상 디즈니에서 볼 작품이 없다 하는 분들은 꼭 한번 보시길 바란다.
댓글